• 목록
• 답변
• 글쓰기

한 달에 한 번, 꼭 보고도 모른 척하고 싶은 우편물이 도착합니다. 바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죠.

그 종이를 열어보면, 참 여러 감정이 듭니다. ‘전기료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부터 시작해서, ‘난 엘리베이터를 몇 번 탔다고 이 요금이…?’ 같은 궁금증까지. 한 번은 진지하게 계산기 두드려가며 분석해봤지만, 결국 나온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그냥… 다 같이 쓰는 거지 뭐.”

처음엔 그게 억울했습니다. 나는 퇴근도 늦고, 집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얼마 전,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 하나를 보고 마음이 좀 바뀌었어요.

“이번 달에도 경비원님과 미화원님의 근무에 감사드립니다.”

그 한 줄 아래, 경비 아저씨들의 근무일수와 청소 누적 시간까지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생각났죠.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현관 입구 정리하시던 미화 아주머니, 야근하고 들어올 때마다 인사해주시는 경비 아저씨,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혼자 고무장갑 끼고 땀 흘리시던 분들.

‘공용 관리비’ 안에는 단지 전기와 수도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매일 이 아파트를 ‘내 집처럼’ 돌보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던 거죠.

그 후로는 고지서를 볼 때마다 ‘이번 달도 감사한 분들이 있었구나’ 싶습니다. 물론 여전히 숫자는 무섭지만요. 그래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내가 내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일당이 되고, 따뜻한 점심이 되고, 이 아파트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요즘은 경비실 앞을 지날 때마다 괜히 한 번 더 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이상하게, 제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더군요.

고지서는 숫자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일이 있고, 사람의 마음이 있습니다. 오늘도 고지서 한 장 덕분에 ‘사람 사는 아파트’가 된 느낌이에요.

아파트 관리비고지서를 받아보면 내가 한달동안 어떻게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