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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묘하게 반복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빠고, 그 대사는 바로 이겁니다.

“누가 그랬어?”

처음엔 단순한 궁금증에서 나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이 말에는 ‘모든 책임 회피’와 ‘가벼운 추궁’, 그리고 ‘어쩌면 나일 수도 있음’이라는 복잡한 심리가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보죠.

냉장고에 있던 삼겹살이 사라졌을 때.

엄마: “삼겹살 어디 갔어?”
아빠: “누가 그랬어?”

리모컨이 사라졌을 때도,

나: “아빠 리모컨 못 봤어요?”
아빠: “누가 그랬어?”

심지어는 아빠 본인이 실수했을 때도 이 유행어는 발동됩니다.

아빠: (에어컨 리모컨으로 TV를 켜려다가 실패) “아니, 이거 왜 이래… 누가 그랬어?”

가장 레전드였던 건 이사 온 날, 커튼을 거꾸로 달아놓고는 한참을 바라보시던 후에 툭 던지듯 말씀하신 그 말이었죠.

“누가 그랬어…? 이거 왜 이렇게 돼 있냐…”

그래서 지금 우리 가족은 어떤 일이 터지면 자동 반사처럼 외칩니다.

“누가 그랬어?!”

하루는 제가 친구를 집에 데려왔는데, 친구가 음료수를 쏟자 아빠가 거실에 나오면서 짐짓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여기 뭐야, 누가 그랬어?”

친구는 식은땀을 흘리며 “제가… 제가 실수로…” 했고, 아빠는 무심하게 말했죠.

“괜찮아. 원래 인생은 다 실수로 이루어지는 거야.”

…근데 그 말 들으니 또 뭔가 있어 보이는 거 있죠?

이젠 가족뿐 아니라 우리 동네 마트 아주머니도 아빠만 보면 말합니다.

“오늘은 또 누가 그랬어요?”

우리 아빠… 유행어 하나로 동네 평정 중입니다.